탄뎀 파트너, 그녀와의 첫 연락

탄뎀파트너에서 연인으로탄뎀파트너인 그녀와 내가 서로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탄뎀 파트너를 찾아서

갑자기 찾아든 생각은 아니었다. 독일어를 아무리 배우고 배워도 채워지지 않는, 까마득한 이상과 현실의 틈새를 나는 기필코 메우겠노라고 다짐했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입학 전에 어디선가 받았던 '탄뎀(Tandem)'에 대한 안내문을 다시 찾아보았다. 예전에 이미 눈여겨봤었고, 그 이전에도 내 주변 이런저런 입들을 통해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실행할 만한 의지와 용기가 없었다.

'탄뎀'은 크게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로 '앞뒤로 나란히 타는 2인용 자전거' 그리고 두 번째로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언어 교환'의 의미이다. 우리 학교 탄뎀 프로그램 안내문에도 2인용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왜 어학코스 초기에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뒤로하고 학교에 이름, 나이, 관심사 같은 개인 정보들을 조심스럽게 적어 내었다. 기대하면서도 냉정하게 마음을 비워야만 했다. 우선 우리 학교에는 한국에 관련된 학과가 없고, 내 나이 또한 다른 학생들에 비교하자면 아찔할 만큼이나 많으니 그 누구도 연락해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보다 빨랐던 그녀와의 첫 연락

딱 일주일만이었다. 예상외로 빨리 받아본 그녀의 이메일에 나는 고취 되었던 것 같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이제 막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자음과 모음을 조금이지만 이해하고 읽고 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이지만, 그녀 또한 적지 않은 용기를 내어 이메일을 적어 내려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주워들은 바로 대부분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진 독일인들은 'K-pop'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는 그녀의 짧은 언급 때문에 나는 곧바로 요즘 내로라하는 한국 아이돌들을 벼락 공부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언급할지도 모르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모니터를 뚫어지게 한참을 봐도 나의 것은 아니었고, 고민 끝에 단념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다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다. 당연하다.

우리 이제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이메일을 매일 같이 주고받았다. 서로의 취향을 나누었고 관심사가 일치하면 일치하는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이메일 맨 아래에 링크해 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사는 따로 독일어로 해석해서 첨부했다. 그녀는 내 독일어가 좋다고 했다. 글로만 접했지만, 내가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나도 그녀를 그렇게 느꼈다.

연이은 강의에 지친 내게 그녀와의 대화는 더없이 소중했다. 우리 이제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내가 먼저 용기를 냈다. 그렇게 번호를 나누고, 서로의 강의시간표를 참고해 며칠 뒤 캠퍼스 내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글로만 아는 사이, 그녀와 나의 얼굴을 마주한 첫 번째 대화는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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